친구가 갑자기 미국에 진출한 것을 축하한다고 기사 하나를 보내주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클릭해서 기사를 읽어보니 세서미 스트리트에 관한 기사 내용이었다. 거기에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내 이름이 지영이다. 무엇보다 세서미 스트리트가 아직 방영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고 지영이라는 이름의 흔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우리 반에 지영이라는 이름이 두 명이나 있어서 키로써 구분되었던 나로서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가끔 있었다. 이름 자체는 괜찮은데 너무 흔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 세서미 스트리트에 한국 이름이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
미국의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PBS에서 방영된 어린이 방송으로 1969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미취학 어린이들에게 알파벳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는 방송으로 쿠키 몬스터, 머핏, 엘모 등 인형들이 나와서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벌이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의 유명인사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한다.
캐릭터 지영
세서미 스트리트는 52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랑받아온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아시아계가 없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함에 따라 그것은 놀라운 일이 되고 있다. 그동안 흑인과 라틴계통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소수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해서 더욱 놀라운 일이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인종적 편견을 반대한다고 공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시아계가 없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쨌든 이번에 등장하는 첫 아시아계 캐릭터 지영은 딱 꼬집어 한국계이다. 아시아를 뭉뚱그려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한다. 나름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번에 방영될 에피소드에는 떡볶이, 할머니, 불고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국적을 강조하지 않는 프로에서 특정 국가를 구분하는 것이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인종적 편견을 반대하는 이런 프로그램에 지영이 등장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영의 등장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시아계의 필요성에 한국 캐릭터가 탄생한 것은 한국의 위상이 그동안 많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차지한 것 같다. 그나저나 이런 어린이 프로그램에 새 캐릭터가 필요할 만큼 미국은 인종범죄가 심하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아시안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업스탠더 upstander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쉬워서 다수가 침묵하고 있을 때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지영의 등장은 미국에서 만연하고 있는 인종혐오, 특히 아시아계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반대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업스탠더가 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부당한 차별과 혐오, 편견에 7살 지영이가 맞서야 하는 것은 가혹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인형이라지만 짠해진다.
교육의 힘은 강력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인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배우게 되면 앞으로의 세상은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내 이름과 같아서 더 정이 가고 더 짠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지영의 앞날에 꽃길만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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