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선인장 소정 꽃 피우기

by 지푸라기꽃 2021. 8. 11.
반응형

선인장 소정
완전히 개화한 모습

봄에 동네를 걸어 다니다가 꽃 트럭을 만났다. 매년 봄에 온갖 종류의 꽃과 나무와 선인장들을 싣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파는 아저씨가 있다. 가끔씩 사기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심심한 낮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봄날 중 한날에 그 아저씨의 트럭에서 소정을 샀다. 뭔가 생명 있는 것을 샀다고 하는 게 좀 이상하다. 어쨌든 단돈 이천 원에 동글동글한 선인장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선인장을 키우는데 미친 적이 있었다. 집에는 가시가 강한 선인장들이 집의 공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 열정은 식어가기 시작했고 집은 좁은데 선인장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친구의 집으로 반이상 이사를 시켰다. 그러고 나서는 선인장 사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사실 선인장에 너무 많은 비용을 썼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자제해야 되겠다 싶었다.

아무튼 소정이라는 참 친숙한 이름을 가진 선인장을 한손에 들고 집에 와서는 요리저리 살펴보니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선인장은 꽃보기가 참 힘든 식물이다. 아주 작은 선인장은 꽃 보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강한 가시를 가지고 큰 선인장들은 일생에 한번 보기도 힘든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이 작은 선인장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선인장 꽃 좀 보자!!!라는 심정으로.

처음엔 꽃망울인줄 모르고 그냥 색만 좀 다른 반점이 있길래 그냥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그 반점 같은 것이 점점 3D로 변하면서 콩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신기했다 매일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원래 선인장을 키우는 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선인장을 키우면서 참을성이 키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선인장은 그냥 무관심하게 키우는 게 혈압에 좋다.

소정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깨알같이 자라서 어느덧 꽤 봉오리같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드디어 꽃을 피웠다. 너무나 노랗게 피었다. 어떻게 그렇게 노란 꽃이 필 수 있는지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소정스럽게 피었다. 단 하나가 피어서 더 소중했다. 찾아보니 두세 개씩 피는 것도 있던데 하나만 피어서 그런지 더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역시 꽃은 꽃나무에서 피던 길가에 피던 선인장에서 피던 아름다운 거구나.... 자꾸 꽃이 좋아져서 큰일이다. 나이가 드는가 보다.

꽃망울이 피는 과정꽃망울이 피는 과정꽃망울이 피는 과정
012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액세서리  (0) 2021.08.13
펜드로잉-힐링타임  (0) 2021.08.12
넷플릭스 카틀라  (0) 2021.08.10
영어 단어 공부-Merriam webster  (0) 2021.08.09
집안의 식물원  (0)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