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동네를 걸어 다니다가 꽃 트럭을 만났다. 매년 봄에 온갖 종류의 꽃과 나무와 선인장들을 싣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파는 아저씨가 있다. 가끔씩 사기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심심한 낮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봄날 중 한날에 그 아저씨의 트럭에서 소정을 샀다. 뭔가 생명 있는 것을 샀다고 하는 게 좀 이상하다. 어쨌든 단돈 이천 원에 동글동글한 선인장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선인장을 키우는데 미친 적이 있었다. 집에는 가시가 강한 선인장들이 집의 공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 열정은 식어가기 시작했고 집은 좁은데 선인장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친구의 집으로 반이상 이사를 시켰다. 그러고 나서는 선인장 사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사실 선인장에 너무 많은 비용을 썼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자제해야 되겠다 싶었다.
아무튼 소정이라는 참 친숙한 이름을 가진 선인장을 한손에 들고 집에 와서는 요리저리 살펴보니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선인장은 꽃보기가 참 힘든 식물이다. 아주 작은 선인장은 꽃 보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강한 가시를 가지고 큰 선인장들은 일생에 한번 보기도 힘든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이 작은 선인장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선인장 꽃 좀 보자!!!라는 심정으로.
처음엔 꽃망울인줄 모르고 그냥 색만 좀 다른 반점이 있길래 그냥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그 반점 같은 것이 점점 3D로 변하면서 콩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신기했다 매일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원래 선인장을 키우는 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선인장을 키우면서 참을성이 키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선인장은 그냥 무관심하게 키우는 게 혈압에 좋다.
소정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깨알같이 자라서 어느덧 꽤 봉오리같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드디어 꽃을 피웠다. 너무나 노랗게 피었다. 어떻게 그렇게 노란 꽃이 필 수 있는지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소정스럽게 피었다. 단 하나가 피어서 더 소중했다. 찾아보니 두세 개씩 피는 것도 있던데 하나만 피어서 그런지 더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역시 꽃은 꽃나무에서 피던 길가에 피던 선인장에서 피던 아름다운 거구나.... 자꾸 꽃이 좋아져서 큰일이다. 나이가 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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