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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넷플릭스 카틀라

by 지푸라기꽃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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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카틀라
처음에는 공상과학영화인줄^^

일단 이야기는 아이슬란드에서 시작한다. 카틀라는 아이슬란드의 미르달스예퀴들 빙하에 있는 대형 활화산이다. 빙하에 화산이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며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활화산이 다시 폭발하면서 그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시작된다. 일단 화산의 활동이 다시 시작된 마을의 분위기는 음산하다. 날씨는 항상 흐린 것 같고 연무로 뒤덮여 있어 멀리 앞을 잘 분간할 수 없으며 화산재가 날려 흡사 눈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마을에서 살기란 매우 어렵겠지만 끝까지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저마다의 어떤 아픔과 비뚤어진 욕망과 이런저런 사연들을 품고 있다.
사건은 죽었던 사람이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1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돌아올 수 있지?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지만 사람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로 이야기는 그냥 흘러간다. 거대한 몰이해의 상태를 그대로 몸으로 받아냈다고나 할까. 화산재를 뒤집어 쓰고뒤집어쓰고 알몸으로 나타난 사람은 흡사 태초에 흙으로 구워낸 인간 같았다. 이 수수께끼의 사건을 다 받아들이기도 전에 다른 자아가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었다. 여러 다른 성격과 다른 연령대와 다른 사연을 품고 환산 속에서부터 걸어 나온 것이다.
도플갱어 같기도 하고 체인질링 같기도 하면서 이저저런 것들을 뒤섞어 놓은 것 같은 화산재로 뒤덮인 돌아온 사람들은 뭔가 이전의 그들과는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르다. 왠지 무언가의 욕망을 환생시킨 것 같은 그런 것들 말이다. 그 욕망은 희망적인 것 같기도 하고 불안의 덩어리인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다른 음습한 자아를 그대로 표출한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젊은 모습을 마주한 노년의 여인과 안타깝게 죽은 언니를 잊지 못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던 여동생이 마주하게된 환생한 언니,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화산을 연구하는 박사가 다시 품에 안은 돌아온 아이, 그리고 병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간병하는 종교에 심취한 경찰이 다시 마주한 멀쩡한 아내의 모습. 이 모든 것은 산 사람들이 매일 느끼는 욕망의 덩어리들인 것이다. 그 욕망은 희망적인 쪽으로 흐르게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쪽으로 흐르게 될 수도 있다. 보다 보면 죽은 사람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그대로 복제되어서 걸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보다 보면 어떻게 복제 인간들이 화산 속에서 걸어 나오는가는 나중에는 잊힌다. 그냥 지구 상에 없던 일이니까 외계에서 어떤 물질이 들어와서 그런 거겠지 정도로 지나간다. 문제는 인간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를 후회하면서 살아간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했더라면 나의 현재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까 의문을 품으면서 말이다. 상상해보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한 인간이 그게 바로 내 모습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극중에도 나오지만 나도 어쩌면 절체절명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모습을 내 것으로 강탈하고 싶을 것이다. 부모가 살아 돌아온 어린 아들을 다시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뭔가 더 나은 것을 생존시키고 싶은 욕망 말이다. 
그런 인간 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별 기대도 없이 봤던 이 드라마가 나를 굉장히 감정적으로 각성시켰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무슨 SF시리즈물인줄 알고 봤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접하기 쉬운 나라가 아닌 국가의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의 영화나 드라마가 굉장히 작품성이 뛰어나서 놀라기도 했다. 간혹 이렇게 심심풀이로 시작했다가 머리를 망치로 맞는 듯한 수작을 만날 수도 있다. 카틀라는 그리 길지 않은 미니시리즈 드라마라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시즌 2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즌 1만으로도 굉장히 재밌게 봤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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