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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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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

홍콩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감독으로 레트로 감성과 독특하고 뛰어난 영상미로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이 감독의 영화 중 중경삼림을 맨 처음 보았는데 그때부터 왕가위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봤던 기억이 난다. 

타락천사, 화양연화, 아비정전, 열혈남아, 동사서독, 해피투게더(부에노스 아이레스)등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곤 했다. 지금은 홍콩영화라는 게 아예 소멸하다시피 해서 이 감독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게 됐지만 한 때는 왕가위 감독 영화를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뭔가 힘이 빠진 듯한 일대종사를 끝으로 더 이상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게 됐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내 감성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왕가위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주 드로와 노라 존스

왕가위 영화에는 유난히 열차가 많이 지나다닌다. 열차의 창을 통해 휙휙 지나가는 사물들은 심상할 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끌어안고 있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 치유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남의 인생에 함부로 관여할 수도 없을뿐더러 옳은 것도 아니다.

그의 영화에는 카페 주인들에게 무언가를 잘 갖다 맡긴다. 동전이나 편지, 어떨 때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소통의 방식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기에는 모두가 서투르다. 그런 일상적이고 하찮기도 한 사물들은 관계에 대한 메타포일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열려 있는 소통의 길이다. 매번 저변에 흐르는 외로움을 애써 보여주려고 하는 작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주 드로 노라 존스

유리를 통해 보는 세상, 사람들의 몽롱한 움직임들, 특유의 퇴폐적이고 나른한 장면이 극 전반을 두루 채색하고 있다. 선이 뭉개진 사물, 간혹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화면의 변두리로 밀려난 듯한 초점이 모호한 장면들, 낭창한 음악이 흐르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은 허무해 보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는 듯하다. 그 손을 누군가는 잡게 될 것이라는 희망, 사람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누구보다 사람이 필요하다. 

그의 영화는 비 오는 카페 창문을 통해 보는 것처럼 왜곡되기도 하지만 참 아늑해 보이기도 한다. 힘들고 지친 하루를 마치고 길거리를 걷다가 비 얼룩 진 카페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따스한 불빛을 보면 그 속으로 들어가서 속하고 싶은 욕망이 들게 하는 것처럼.

 

유명한 배우와 유명한 가수가 주인공이어서 연기와 음악이 좋았지만 뭔가 살짝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퇴폐적이고 허무한 것은 홍콩 뒷골목이 역시 맛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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